Monday, June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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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금리란 대체 무엇인가?!(Feat. 일본)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었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속담이 있다. 이와 비슷한 일이 금융에서도 벌어졌다. 은행에 돈을 맡겼더니 예금이자를 주기는커녕 보관료를 내놓으라 한다. 바로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이야기다. 이렇듯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것으로 생각했던 마이너스 금리가 일본에서도 현실화되었다. 2016년 2월 9일, 일본 국채 시장에서는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 0.025%로 마감했다. 일본의 장기금리가 유사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진 순간이었다. 물론 이에 앞서 일본은행(중앙은행)이 1월 29일 자로 정책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린 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예치하지 말고 시중에 풀라는 의미였다. 그 여파가 당연히 시장의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현실화되다 보니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내세우며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고 애썻다. 실제로 몇 년간 주가도 오르고 경제성장 지표들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의 엔화 강세와 이에 따른 수출부진 등 다시 일본경제가 삐거덕거리기 시작하자 일본정부가 초강수(?)를 꺼내 든 것이 바로 마이너스 금리정책이다.

마이너스_금리
마이너스_금리

이에 대해 마이너스 금리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들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위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우선, 예대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이 줄어들어 시중은행의 수익이 악화할 것이며, 금융중개 기능이 약화하여 오히려 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며 마이너스 금리 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게다가 향후 불황이나 디플레이션이 가속화될 경우 금리를 내려 이에 대응해야 할 텐데 약발이 먹히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를 계속 인하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테니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한 이후 한 달 만의 성적표는 과히 좋지가 않았다. 금리를 낮추면 돈이 돌고 소비와 투자가 늘어난다는 경제 법칙을 노리고 초강수를 두었던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초반에 약발이 좀 먹히는가 싶더니 일본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정반대로만 흘러갔다. 일본 국민은 상당히 혼란스러워한다. 사람들이 은행에 돈을 넣기가 부담스럽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달 만에 시중은행의 보통예금 금리가 0.02%에서 0.001%로 떨어졌다. 예금할 때 드는 송금 수수료가 더 나가게 생겼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저축하느니 차라리 소비를 해야 한다. 일본정부가 노린 것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물론, 특정 품목의 소비는 늘었다고 한다. 바로 ‘금고’다. 사람들이 은행엣 돈을 찾아서 금고에 넣어두려 하기 때문이다. 즉, 소비가 늘기는커녕 돈이 집안으로 꼭꼭 숨어버리는 기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외환시장도 거꾸로 반응했다. 금리를 내리면 환율이 오른다는 말이 무색하게 엔화강세(환율 하락)가 이어졌다. 2월 11일 외환시장 엔・달러 환율이 110엔대로 하락을 했다. 엔화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원래 일본정부의 의도는 이랬을 것이다. 금리를 내리면 낮은 금리에 실망한 외국의 자금들이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것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서 가져나간다는 뜻이고 그럼 파는 엔화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경제 법칙을 노렸을 것이다.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다시 말해 엔・달러 환율이 올라가게 되면 수출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에 기업 실적도 좋아질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다.

마이너스 금리정책 시행 한 달만에 주식시장도 휘청거렸다. 일본정부는 낮은 금리에 갈 곳 없는 자금이 우선 증시로 몰려 유동성 장세를 만들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 역시 반대 방향으로 갔다. 닛케이225지수를 보면 마이너스 금리 도입 당일 17,518 하던 것이 2월 12일에는 14,952로 급락했다. 엔화강세로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을까? 왜 일본정부가 노렸던 경제 법칙대로 되지 않았을까? 이 역시 불안심리 때문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불안하므로 경제 법칙이 제대로 작용하지 않는 것이다. 금리를 낮추면 저축보다 소비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은행 이자로 살아가는 일본의 고령자들은 불안했다. 모아놓은 목돈에 비해 살아야 할 날들이 더 많은 이들이 의지할 곳은 은행의 이자가 고작일 것이다. 그런데 그게 떨어졌다. 지금 펑펑 소비하느니 돈을 금고에 넣어두고 혹시 아플 때 병원비로 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세계도 경기침체로 불안하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생각되는 국가인 일본에 계속 투자를 했다. 그러니 일본으로 돈이 몰리고 엔화로 바꾸려는 자금이 늘어나니 엔화가치는 오히려 올라가게 된 것이다.

여기서 “일본이 왜 안전하냐?”고 물을 수 있겠으나 전 세계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우선 일본은 인플레이션이 거의 없는 나라다. 돈 값이 떨어질 위험이 거의 없다. 게다가 외환보유액도 빵빵하다. 2015년 기준 1조2,600억 달러 수준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였다. 다시 말해 비록 이자는 거의 주지 않지만 망하지는 않을 그래서 안전한 나라가 일본이라고 세계는 생각하고 있다. 일본 국민이나 세계의 사람들이나 개별적으로 이러한 생각들이 모이다 보니, 경제 법칙에는 맞지 않은 현상들이 일본에서 마구 벌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다 보면 일본은 성장하지도 않고 이제는 안전하지도 않은 나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시행한 일본에서 경제 법칙이 적용되지 않은 이유는 모두의 ‘불안’ 때문이고 이 불안을 회피하려고 하는 모습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을 더욱더 불안으로 몰고 갈 것 같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욱더 조여드는 올가미처럼 말이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가들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의 입장은 생각보다는 부정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일본 역시 계속해서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고수할 뜻을 비쳤고 유럽과 미국도 이에 대해 재검토하겠다는 태도다. 특히 미국의 경우,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정책금리를 인상했고 2016년에도 몇 차례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불황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지금, 미국 역시 금리인상 의지를 슬그머니 내려놓는 듯 보인다. 게다가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재검토하겠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정말 세계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인 건 분명한 듯싶다. 이런 시기에 우리나라는 또 어떤 금리정책을 펼까? 아울러 마이너스로까지 치닫는 저금리 정책이 또 한 번 유동성 장세와 자산가격 폭등으로 이어질까? 아니면 유동성함정에 빠져 돈만 낭비하고 비판론자의 말대로 문제만 더 일으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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