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 변화에서 다룬 부분을 포함해 대통령 후보 정책 공약의 7가지 특징은 1) 친시장 정책, 2) 작은 정부, 3) 공정 경쟁, 4) 주거 안정, 5) 디지털/ 혁신, 6) 선택 복지, 7) 미국 중심 통상∙외교다. 앞서 변화된 부분은 친시장, 작은 정부, 주택 공급, 선택 복지, 미국 중심의 통상∙외교라면 현정부 기조가 유지되는 부분은 공정 경쟁과 디지털/혁신 정책이다.
신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적 함의점은
1. 친시장 정책과 작은 정부 결합에 따라 공공 주도에서 민간 주도 경제로의 변화다. 역대 정부별 민간의 성장기여도는 꾸준히 낮아졌으며 이를 정부가 대신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민간의 평균 성장기여도는 1%p 초반, 정부는 1%p 내외로 격차가 매우 좁혀졌다.
GDP 세부 항목에서도 전 부문에 걸쳐 정부 비중이 확대됐다. 정부 소비는 2000년 이후 꾸준히 늘며 현재 20% 중후반까지 확대됐으며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 모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비중이 커졌다.
2. 민간 주도 경제 전환 과정에서 장기 성장 추세는 상향될 수 있으나 단기 성장세 둔화는 불가피하다. 그 동안 성장을 지탱한 정부 성장 기여도가 축소되기 때문이며 향후 민간 성장 동력이 얼마나 빨리 개선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민간 성장의 추세적 개선을 위해 윤석열 정부는 잠재성장률 제고를 목표로 둔다. 잠재성장률은 1990년 이후 지속적으로 떨어져 현재 2%대에 불과하다. 1) 경제활동인구 감소, 2) 자본축적 둔화, 3) 생산성 개선세 둔화 등이 맞물린 결과다.
경제활동인구 감소는 출산율 저하 및 고령화 영향이 커 단기적으로 변화되기 어렵다. 여성과 고령층의 경제활동참가율 개선을 통해 노동 공급을 보전해야 한다. 신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함에도 출산과 육아 지원금을 확대하는 등 보육 환경을 위한 복지를 강조하는 배경이다. 또한 노인연금, 기초 연금의 건실화와 함께 근로장려세제를 강화해 근로 유인을 강화하는 것 역시나 노동 공급 확대를 위한 조치다.
규제완화, 투자세액 공제 및 역외 기업 유치 위한 법인세 인하 등 조세감면은 기업 투자 확대와 연관성이 높다. 여기에 공정 경쟁이 강화되는 가운데 시장 기능이 확대되면서 나타날 시장 주도 구조조정은 금융위기 이후 연평균 1%대로 낮아진 총요소생산성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만 정책 효과는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만큼 대외 경기 회복세가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성장 둔화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3. 자원 배분 효율성 강화로 잉여 자금 공급은 축소된다. 정부 주도 경제에서는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든 곳에서 최적의 자원 배분이 어렵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정부 재정적자가 확대되는 시기에 화폐 유통속도가 떨어지는 등 과잉 유동성 공급이 이뤄졌다.
실물경제로 유입되지 못한 과잉 유동성은 자산시장으로 흘러가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을 야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2020년이 과잉유동성 공급이 이뤄진 대표적 시기이며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향후에는 잉여 자금 공급이 조절되면서 금융 규제 완화에도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은 약화될 전망이다.
4. 미국 중심의 외교∙통상 정책은 한국경제에 위기와 기회를 모두 가져다준다. 먼저,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동반되는 만큼 경제 보복 가능성을 경계한다. 한국 15대 주력 수출품목에서 컴퓨터와 축전지, 자동차부품, 의약품, 선박, 자동차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모두 1위 수입국이다. 경제보복이 현실화될 경우 교역 악화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2016년 사드 보복 조치 당시 중국인이 최종적으로 소비하는 화장품 등 소비재는 타격이 심했으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합성수지 등 중간재 교역은 타격이 제한됐다. 중국이 이를 재가공해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중국 무역 대부분이 중간재로 구성되는 만큼 경제 보복 조치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타격은 특정 산업군에 제한될 것으로 판단된다.
반면, 경제적 측면에서 미국 중심의 외교∙통상 정책으로의 회귀가 일부 타당해 보인다. 2013년을 정점으로 한국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축소됐다. 중국이 중간재 자급률 상승 등을 통해 산업 내 수직계열화를 강화한 영향이다. 여기에 2018년부터 G2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한국 중간재 생산 – 중국 최종재 생산 – 미국 소비의 교역 구조는 느슨해졌다. 이에 대중국 무역흑자와 대미국 무역흑자는 엇비슷해졌다. 미국 중심의 외교∙통상 정책을 통해 탈중국 공급망 재편에 편승할 경우 추가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5. 마지막으로 물가는 상하방 압력이 공존하나 상방 압력이 당분간 우세하다. 현 정부의 친가계 정책은 물가 상방 압력을 지지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증가 요인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은 3년의 시차를 두고 서비스 생산자 물가나 외식서비스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2018년과 2019년 두 자릿수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진 여파가 작년과 금년 물가에 반영된다. 이후 한자릿수 초반의 임금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신정부도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이 예상돼 내년부터 비용 상승형 물가 상승 압력은 누그러지겠다.
대신 복지 차원에서 이뤄진 전기수도가스, 운송과 교육 등 공공서비스 물가 억제 조치는 약화된다. 금년 전기료 및 가스요금 상승으로 인한 물가 상승분이 0.2~0.3%p로 추산이 되며 기타 공공서비스 물가가 정상화되는 효과 역시 전체 물가를 0.2%p 추가로 올리게 된다.
관련 기사 / 자료 – 윤석열 대통령 정책 – 20대 외교/안보 공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