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위안화는 트릴레마에 빠지며 국제화 속도 완만
중국의 경제 지위, 거래 수단으로서 부상, 재정건전성 등에서 미국 달러보다 우위에 있음에도 위안화 기축 통화는 요원하게 보인다. 금융시장이 폐쇄적이고 불투명해 자본의 이동과 거래가 제한되는 것이 위안화 신뢰를 떨어뜨렸다. 2009년 중국 정부는 금융시장 개혁 및 개방 기조 하에 위안화 국제화 로드맵을 제시했다. 금융위기를 겪은 미국을 제치고 패권 국가로 부상한 중국의 위안화가 달러를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예상보다 그 속도는 더뎠다.
자본 자유화 시 통화정책 자유성이나 환율 안정성 훼손
위안화가 트릴레마에 빠졌기 때문이다. 트릴레마는 (1) 자본 자유화, (2) 통화정책의 자율성, (3) 환율 안정의 세가지 정책 목표는 동시에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개념이다.
중국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도록 금융시장의 빗장을 하나둘씩 푸는 것은 자본 자유화다. 이 경우 통화정책 자율성이 훼손되거나 환율 안정을 해친다.
중국은 2008년 7월부터 2010년 5월까지 6.83위안에 고정시켰던 위안/달러 환율을 풀었다. 달러 페그제에서 복수통화 바스켓을 참고한 관리변동환율제로 전환한 가운데 일일변동폭 역시 2005년 ±0.3%에서 2007년 ±0.5%, 2012년 ±1%, 2014년 ±2%로 점진적으로 확대했다. 초기 안정적인 경제 및 금융시장 흐름에 점진적인 위안화 절상이 이뤄져 2014년에는 달러당 6위안 초반까지 떨어졌다.
금융시장 개방 정책과 통화정책 자율성, 환율 안정까지 모두 달성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회복과 함께 연준은 9년 반 만에 정책금리를 인상했다. 세계 유동성 위축 우려 속에 미국으로 자금 쏠림이 심화됐다. 완만한 절상 흐름을 이어가던 위안화 가치는 2015년 하반기부터 절하되기 시작했다. 중국으로부터 자금 유출 압력이 확대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불안정해졌다. 정부는 자본유출 감독관리를 강화하는 조치를 내리며 자본 통제에 나섰다. 중국 내국인의 외환 유출을 억제하기 위한 다양한 조치(개인 외화매입 규제 강화, 해외부동산 매입 규제, 기업 외화현찰 이용한 경상거래 제한, 자본거래 금지 등)이 이뤄졌다.
Standard Charted 은행은 위안화의 무역결제(경상거래), 국제금융거래(자본거래),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위안화 비중 등 4개 지표를 종합해 위안화 국제화지수를 산출한다. 2014년까지 빠르게 상승하던 위안화 국제화지수는 2015년부터 6년 넘게 정체 중이다. 중국 정부의 인위적인 자본 통제와 위안화 가치를 둘러싼 불투명함이 위안화 국제화에 걸림돌이 됐다.
10년 만에 중국 정부는 위안화 국제화 재개 조치
중국은 10년 만에 위안화 국제화를 재개할 여러 조치들을 발표했다. 중국의 경기 흐름이 양호하고 금융시장이 안정돼 금융시장 개방에도 위안화 가치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양방향(해외투자와 투자유치) 개방을 추진 중이다. 해외투자 허용과 관련해서는 QDII(적격국내기관투자자) 한도를 1,200억달러까지 증액했으며 QDIE(적격국내투자기업), QDLP(적격국내유한책임 투자자) 시범한도를 각각 100억달러씩 확대했다. 투자유치 측면에서는 QFII(적격 외국기관투자자)와 QFII(위안화 적격외국기관투자자) 투자한도를 완전히 폐지했으며 투자 대상 역시 대부분 금융상품으로 확대했다. 여기에 2021년 10월 중국 채권은 WGBI에 편입돼 세계 3대 채권지수에 모두 편입된다.